[아카아무] 히레사케와 스지오뎅탕
2016.11.21
슈레이가 히레사케 마시는 이야기
*슈레이
*조직 소탕 이후입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아카이는 일본에
*반동거 상태
*아직 11월이지만 슈레이는 한겨울
*음주연성입니다. 아무말 죄송합니다(mm
아카이 슈이치는 겨울이 질색이었다. 견딜 수 있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허옇게 번지는 입김을 숨겨가며 차가운 콘크리트에 엎드리고 있노라면 그것만큼 기분 잡치는 일도 또 없었다. 틴에이져 이후로 입에 담아본 적 없는 욕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랬는데, 문을 여는 순간 방금까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왔군요!”
어두컴컴했던 거실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불이 켜지고 그의 목소리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부드러운 아마색 머리칼을 가진 그의 카페라떼 같은 피부는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썰렁했던 집은 훈훈함이 감도는 딱 좋은 온도였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감동해버린 아카이가 팔을 벌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후후. 머리카락까지 차가워졌네요. 불쌍해라.”
“좀 더 꽉 안아줘, 레이.”
부드러운 버드 키스를 온 얼굴에 받으면서 아카이가 투정을 부렸다. 후루야가 그의 모자를 벗겨서 머리카락에까지 꼼꼼히 입맞추어 주고 난 후에야 떨어졌다.
“따뜻한 물을 받아놨어요. 씻고 나와요. 좋은 걸 준비해 놨으니까.”
“내일 휴가인가?”
“휴가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구요, 아카이!”
후루야가 아카이의 코를 꽉 꼬집었다. 머리카락보다 조금 짙은 색의 눈썹이 웃음에 따라 일그러지는 게 너무 귀여워서 핥았더니 등짝을 맞아버렸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아, 엄살을 부리며 달라붙어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진짜로 부러뜨릴 듯 주먹을 쥐고 스텝을 밟기에 욕실로 도망쳐 들어갔다.
욕조는 딱 알맞은 온도의 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일반적인 온도보다 조금 더 뜨거운, 아카이가 좋아하는 온도였다. 후루야 레이, 정말 무서운 남자였다. 그의 정보 수집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코 바로 밑까지 담궈서 몸을 따뜻하게 한 뒤에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거실에는 향긋한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결혼하자.”
“뇌세포까지 얼어붙었군요. 앉으시죠.”
자신이 준 인게이지 링을 약지에 제대로 낀 주제에. 다시 한 번 불만이 솟아 올랐지만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작은 화로 위에서 복어 지느러미가 구워지고 있었다.
“항상 버본만 마셨으니 이런 건 처음 봤겠죠, 당신?”
덜 마른 머리카락을 부드러운 수건으로 잘 훔쳐주면서 왜 결혼은 거부하는 가, 아카이로서는 풀 수 없는 가장 큰 미스터리였다. 타닥타닥 작은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지느러미 옆에는 작은 도꾸리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탕이 있었다. 꼬지에 잘 끼워진 하나를 집어 들자 고기와 함께 묵 같은 것이 주렁주렁 메달려있었다.
“이게 뭐지?”
“스지입니다만.”
“이게 소 힘줄이라고?”
“맛있다구요!”
부속 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에서 34년 넘게 살아온 아카이에게는 생소한 식품이었다. 선뜻 먹지 못하자 후루야가 재촉하듯 맛있다고 강조해왔다.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쫀득하고 달큰한 것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부드럽게 녹아 없어졌다. 놀라움에 후루야를 보자 의기양양한 그의 얼굴이 있었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그가 도기 잔에 잘 구워진 지느러미를 하나 넣었다. 아카이의 소지품을 뒤져 찾아낸 성냥으로 거기에 불을 붙이고 김이 나는 사케를 부어넣었다. 잔 뚜껑을 잠깐 덮어 불을 끄고 아카이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조금 비릴 지도 모르지만 정어리 파이 따윌 먹는 영국에서 자랐으니 괜찮겠죠, 덧붙이는 것이었다. 한 모금 맛 본 아카이는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그를 다시 한 번 봤다.
“좋은 걸 준비해 놨다고 했잖아요? 살점이 적당히 붙은 말린 복어 지느러미를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압니까, 아카이.
그래서, 몸은 좀 따뜻해졌습니까?”
“이 뒤에 침대까지 같이 가면 더 따뜻해 질 것 같은데.”
“바라는 게 많군요.”
후루야 레이가 아카이의 입에 오뎅을 쳐넣었다. 하지만 술과 맛있는 음식과 휴가가 있으니 이 뒤에도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카이 슈이치는 의심하지 않았다.